새해 다짐으로 한 달 한 권 책 읽기를 세웠다. 그래서 23년 1월에 읽은 책은 추리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내가 그를 죽였다'. 읽고 잊어버리기 전에 후기를 적어본다.
일본 추리소설 내가 그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후기
< '내가 그를 죽였다' 후기 (스포 X) >
일단 읽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책이었다. 간바야시 다카히로, 유키자사 가오리, 스루가 나오유키 이 세명의 1인칭 시점이 번갈아 나오면서 글이 전개되는데 그게 약간 지루함을 덜하게 만드는 장치였고, 이야기 전개도 문체도 어렵지 않아서 후루룩 빨려 들어가서 읽게 된다. 그리고 1인칭으로 전개가 되니까 시점이 바뀔 때마다 그 인물에 빙의되는 느낌이었고, 가가 형사가 점점 사건을 풀어나가는 걸 보면서 마치 내가 범인인 것처럼 심장도 쫄깃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유추해 나가는 재미도 있고, 가가형사가 나오는 것만으로 반가운, 역시 일본 추리소설하면 딱 생각나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구나 싶었다.
< '내가 그를 죽였다' 후기 (스포 O) >
책을 읽으면서 '과연 누가 죽을까? 호다카 마코토겠지? 제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다카는 정말 정을 줄래야 줄 수 없는 캐릭터였다. 비록 작중 인물이지만, 등장인물 중에서 누군가 죽을 것이 명백하다면 그게 호다카이길 바랐다. 준코가 죽었을 때는 '설마 준코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다음 장에서 호다카는 신랑 입장 도중 사망하고 만다.
호다카 마코토가 죽고 유키자사 가오리의 장을 읽을 때 맨 마지막에 '내가 그를 죽였다'라고 해서 '와, 구성 뭐야. 소름 돋아. 가오리가 범인이구나. 제목이 여기서 나온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이 사실이 밝혀질지 궁금해하며 넘어갔는데, 갑자기 뒤에서 스루가도 자기가 호다카를 죽였단다. 예? 갑자기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뭐야... 누가 죽인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그때부터 집중력이 확 더 올라갔던 것 같다.
마지막에 가가 형사가 필케이스에 당연한 사람의 지문이 묻어있다기에 정말 말도 안 되는 반전으로 '미와코가 범인이라는 건가? 미와코가 보관했으니까 묻어있을 거 아냐.'라고 생각하면서 누구지 누구지 했는데 (정말 똥촉인 것이다), '범인은 당신입니다.'라고 하더니 갑자기 소설이 끝나버렸다. 난 당연히 다음 장이 있는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알고 보니 전작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도 이런 식으로 끝난 것 같았다. 뒤 쪽에 부록으로 담겨있는 글까지 읽고 나니, 필케이스의 지문은 호다카 전처의 지문이었고 범인은 필케이스를 바꿔치기한 스루가였다. 하하, 참나 이렇게 정말 범인 추리를 완벽하게 독자에게 맡기다니 정말 황당하고 신선했다.
아니 근데 읽으면서 의문이었던 게, 다카히로는 도대체 언제 쓰레기통에 버려진 약 2알을 주웠다는 걸까? 약을 버리고, 필케이스를 미와코한테 맡기고 바로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던 것 같고, 거기서는 바로 호텔로 갔는데 도대체 언제...? 읽으면서 그 2알의 약이 언젠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애매하게 등장할 줄은 몰랐다.
스토리나 이야기 전개 자체는 재미나게 읽었지만, 중간중간 맘에 안 드는 부분도 있었다. 사실 근친상간도 노답이고, 굳이 여기 적고 싶지는 않지만 이야기 전개에 딱히 꼭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데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묘사하는 내용이 맘에 들진 않았다.
스토리에 엄청난 반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속도에 몸을 맡기면서 무난무난하게 재미있는 추리 소설을 보고 싶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내가 그를 죽였다' 볼만하다.
< '내가 그를 죽였다' 개정판 표지에 대해서>
번외로 출판사인 '현대문학'에서 2019년에 출간한 가가형사 시리즈 개정판의 책 표지에 대해 느낌을 적고 싶다. 표지의 분위기가 전부 꽤나 미스터리해서 그 자체로도 취향저격이었는데, 읽고 나니 은근슬쩍 내용을 담은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것인가 싶기도 하다만...) '내가 그를 죽였다'의 표지에서 턱시도를 입은 인물은 예복을 입은 호다카이고, 그 상자에 꽂힌 3개의 칼은 그에게 살의를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 3명을 나타낸 것이구나 싶었다. '악의'도 예전에 읽었었는데, 내용을 알고 표지를 보니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악의 표지가 더 잘 만든듯하다. 이쯤 되니 개정판의 표지를 해석하고 싶어서 다른 가가형사 시리즈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의 노림수인가? 그렇다면 나한테는 잘 통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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